올해는 기업 인재경영에서 미래 10년을 준비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간은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와 신인류의 등장이 교차할 것으로 보이며 기업의 인원구성에서 국내인력 못지 않게 글로벌 인력이 많아지고 신사업 발굴, M&A등으로 사업포트폴리오의 재편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해까지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 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까지도 어떤 기업에게는 금융 위기가 진행형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이 금융 위기 이전으로 회복되고 투자도 점차 살아나는 등 곳곳에서 경제 회복에 대한 청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금융 위기의 파고를 넘어서 다가올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위기 속에서도 시장을 선점하거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신성장 동력 발굴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 신제품 개발을 위한 R&D 및 설비 투자에 나선 기업들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기업 경영의 중심이자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인재 경영 측면에서도 금융 위기 이후 미래 준비와 도약을 위해 점검해야 할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문제 발생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주목해야 할 변화의 트렌드와 인재 경영 포인트 기업의 인재 경영은 인력 활용 계획 수립(Planning), 인력 운영 체계화(Organizing), 인재 확보 및 조직 문화 구축(Leading), 자원 관리 및 통제(Controlling) 등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상 네 가지 영역과 관련해서 향후 10년 이내에 기업이 주목해야 할 변화의 트렌드와 인재 경영 이슈들을 살펴보자(<그림 1> 참조). 1. 변화 트렌드 : 인구 구조 및 세대의 변화 기업의 인력 활용 계획(Planning) 측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 트렌드로 인구 구조 및 세대의 변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출산율 저하, 인간 수명 연장 등의 이유로 인구 구조의 변화가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우리나라는 2000년에 전체 인구 비중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2%에 달하면서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로 진입했고 점차 그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령 사회(Aged Society)’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기업 내 구성원들의 고령화도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근로자 평균 연령이 2000년 36.2세, 2004년 37.5세, 2008년 38.0세로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15세 이상 경제 활동 인구 중 취업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더라도 50세 이상이 2006년 27%에서 2010년 30%에 이르고 있다(<그림 2> 참조). 한편, 노동 인력의 고령화는 경제 회복 및 청년 실업 문제 해결 노력과 맞물려 기업 내 인력의 세대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즉,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금융 위기로 위축되었던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살아날 경우, Y세대로 통칭되는 젊은 인력들이 베이비부머를 대신하여 기업의 주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기업들은 세대 교체에 따른 신구의 조화, 즉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대비하고 신규 유입될 젊은 인력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인재 경영 포인트 1 : 베이비부머 은퇴로 인한 조직 역량 공백 대비 근로자의 고령화에 따라 기업들은 이미 시작되었거나 다가올 베이비부머(1955년~63년생)의 은퇴와 이로 인한 조직 역량 공백에 대비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이슈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고(高)임금, 저(低)생산성 등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베이비부머를 바라보는 이들도 있으나, 이들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지식과 기술, 비즈니스 인맥은 어떤 자원으로도 대체하기 힘든 귀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대해 지금까지는 임금 피크제 등을 통한 정년 연장, 재고용 제도 활용 등 경제 활동 시기 연장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해결 방식만으로는 지식과 기술 진보에 대한 대응, 심화되고 있는 청년 실업 문제 해결 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이와 더불어 베이비부머들이 가진 역량을 좀 더 효과적이고 빠른 시기에 조직 역량으로 흡수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베이비부머를 지식, 기술의 교육 및 전수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제조업의 경우, 베이비부머들이 여러 해에 걸쳐 체화한 지식과 기술은 쉽게 모방하거나 책을 통해 학습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소위 ‘망치만 두드려봐도 어떤 부분에 이상이 생겼는지 알 수 있는 노하우’는 교육이나 일대일 전수 이외에는 조직 역량으로 흡수할 방법이 없다. 일찍이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베이비부머들을 사내 강사 혹은 기능 전수자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문제 해결 전문가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가진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는 복합적인 문제 해결이나 공급업체, 유통업체 등 협력사와의 갈등 해결에 주효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퇴직 전문 인력들을 활용하여 중소 기업의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 인재 경영 포인트 2 : 新인류의 등장과 이들의 조직 기여도 극대화 모색 김연아, 이상화, 모태범, 박태환, 이청용 선수 등. 이들은 금융 위기 속에서도 국민들에게 기쁨과 환희의 순간을 안겨주었던 주역들이다. 한 언론사에서는 이들이 자신감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올림픽 베이비’, ‘88둥이’ 세대(1988년 전후 출생한 세대)라고 이름 붙이고, 기존 세대를 대신하여 스포츠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기업 현장에서도 이런 세대의 변화는 짐작해 볼 수 있다. 평균 55세인 기업들의 정년 시기를 고려했을 때 인구 고령화에 다가갈수록 대규모 고령 인력들의 은퇴는 곧 닥쳐올 불가피한 상황인 반면, 경제 회복으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살아나고 정부의 청년 실업 해소 노력이 가속화될 경우 젊은 인력들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세대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세대 교체를 대비하여 ‘신(新)인류’로 대변되는 젊은 인력들을 어떻게 확보하고, 이들의 강점을 어떻게 조직 성과 기여에 연계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도 ‘글로벌 리서치: GS Sustain 도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이 차세대 노동력이 될 밀레니엄 세대의 인재들을 유인, 확보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바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Y 세대(또는 밀레니엄 세대)로 통칭되는 젊은 인력들의 경우, 기성 세대에 비해 변화에 민감하고 IT 활용 능력이 뛰어나며 ‘끼’와 독창적 사고력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런 강점을 겸비하고 있는 인재들을 선별하기 위해 인성 위주의 면접 이외에 창의력 테스트, 문제 해결 능력 또는 기획력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채용 도구를 개발하여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이들의 장점을 조직 운영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포인트이다. 도전 정신과 창의력이 마음껏 발산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 뱅크나 제안함 등의 소통의 장(場)을 만들어주거나, 창출한 성과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나 발탁을 통해서 동기부여 하는 것도 필요하다. 2. 변화 트렌드 : 글로벌 진출의 재점화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와 글로벌 시장 특히, 이머징 마켓의 성장 등으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Global Insight’의 예측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세계 소비 시장 규모는 2006년 대비 1.2배 성장이 예상되고 2014년에는 올해보다 1.3배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머징 마켓의 대표 주자격인 BRIC’s의 경우, 2006년에 비해 올해 평균 약 1.7배의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세계 시장의 성장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그간 활발히 이루어졌다. 2000년 50억불에 불과했던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는 2006년에 100억불을, 2007년에는 전년 대비 거의 두 배에 이르는 200억불을 돌파했다. 기업들이 해외에 설립한 법인의 수도 금융 위기 전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그림 3> 참조). 물론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위기로 2008년 이후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다소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세계 해외 투자 감소율(38.7%) 대비 우리의 감소율(15.1%)이 낮았고,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외 투자를 일시 보류한 것이라면 금융 위기 회복 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더욱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될수록 인재 경영 측면에서는 글로벌 사업장에서 채용한 현지 인력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이 주인의식과 비전을 가지고 사업의 중심에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해외 사업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재 경영 포인트 3 : 글로벌 사업장의 인재육성 강화 1960년대 말 해외 지사 설립을 시초로 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역사는 이제 반세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외 진출 초기 ‘1인 지사’, 소규모 생산 기지에 불구했던 국내 기업의 글로벌 사업은 기업별로 차이는 있으나 그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일부 IT, 제조업 분야 기업들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해외 임직원 비중도 전체 임직원의 평균 40% 수준(2008년 말 기준)에 이르고 있다(<그림 4> 참조). 그러나, 해외 사업의 확장만큼이나 기업들이 현지 인력들을 효과적으로 잘 육성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본사 또는 주재원 위주의 조직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현지 인력들은 “주재원들이 주요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 비전을 가지기 어렵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일본/서구 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본사 또는 주재원 위주의 조직 운영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닐 수 있으나, 현지 인력들이 주인의식과 비전을 가지고 현지 사업의 중심에 서도록 하는 것에는 제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업의 글로벌 전개뿐만 아니라 현지 인력들의 육성에 대해서도 원칙과 방향성을 정하고 실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3. 변화 트렌드 : 기업 성장 방식의 다변화 경영자라면 누구나 5년, 10년이 아닌 50년, 100년의 영속하는 기업을 꿈꾸기 마련이다. 더욱이 IMF 사태와 금융 위기로 인한 전세계 경제 불황을 겪은 국내 기업들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지속 성장 가능성에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최근 기업들이 기존 사업의 확장 못지 않게 한계 사업의 정리, 신사업 발굴 또는 M&A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의 다양한 기업 성장 방식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올 초 매일경제신문이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등 대기업 50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기업 CEO들은 새해 경영 화두로 ‘신성장 동력 마련과 신시장 공략(62%)’을 제 1순위로 꼽았다고 한다. 기업들은 자체 역량 확보, 육성뿐만 아니라 인수합병을 통한 기존 사업의 외형 확대, 신사업 진출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M&A 추이를 보면, 금액 및 거래건수에 있어 2000년대 초반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그림 5> 참조). 금융 위기 이후 지속 성장을 위한 기업들의 변화 노력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사업을 이끌어 갈 인재 확보와 변화에 따른 구성원 정서 및 조직 문화 관리 등이 과거에 비해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인재 경영 포인트 4 : 신성장 동력을 이끌어갈 핵심 인재 포섭 금융 위기가 잦아들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신규 투자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녹색산업, IT 컨버전스, 차세대 LCD 사업 등 ‘미래 먹을거리’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기업들에게 위기 이후(Post Crisis) 10년을 대비하기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시장 발굴 및 선점,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초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인큐베이팅을 책임질 전담 조직을 구축한 것과 SK그룹이 신사업을 위한 그룹의 연구개발 시너지를 이끌어낼 기술혁신센터를 신설키로 한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준비를 위해 전담 조직을 구축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사업을 개발하고 전개해 나갈 인재들을 선점, 확보하는 것이다. 내 눈에 보석이 다른 사람에게도 귀하게 보이는 것처럼 돈 되는 사업에는 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성패를 가늠하는 것은 결국 신사업을 이끌어갈 인재 확보 여부가 될 것이다. 게다가 신사업의 성격 상 관련 인력들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인재 확보 전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를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LCD용 유리기판 등을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선정한 LG화학의 경우, ‘위기 상황일수록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 아래 경영진이 직접 신사업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도 미래 신성장동력인 친환경차 개발을 위한 연구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 인재 경영 포인트 5 : 변화 관리를 통한 조직문화 선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비상 경영, 더 나아가 구조조정의 시련을 경험해야 했던 기업들도 있고, 성장과 도약을 위해 M&A를 선택했던 기업들도 있다. 구조조정, M&A 등은 내부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와는 다르게 급격한 변화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이런 변화를 겪는 기업들은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정서를 어루만지고 조직의 문화를 쇄신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46개 건설·조선·해운업체를 포함한 총 591개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어 구체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기업에게 이 과정은 체질 강화 및 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이러한 충격과 변화를 정서적으로 얼마나 잘 흡수하고 극복해 내느냐 여부이다. 일반적으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직원들은 조직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기 마련이고, 구조조정의 소나기를 피한 직원들이라 할지라도 조직이 구성원들과의 심리적 계약을 저버렸다는 생각에 사기저하를 강하게 느끼고 냉소주의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구성원들의 상처 받은 정서를 어루만지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구조조정 못지 않게 M&A 역시 구성원들이 겪게 되는 큰 변화 중 하나이다. 특히, M&A는 한 조직의 문제를 넘어서 흡수해야 하는 기업의 문화나 구성원 정서와 연계된 복합적인 문제를 양산해 낸다는 점에서 특징을 지닌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머서(Mercer)의 연구에 따르면, M&A 성공 요인 중 ‘조직 문화 및 HR과 관련된 요인’이 가장 달성하기 어렵고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그림 6>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경우, M&A 추진 시 금액, 전략 등에 비해 인사 관련 이슈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한 M&A 전문가는 “외국의 경우, M&A 추진 시 반드시 인사 전문가가 작업에 참여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이런 부분을 다소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올해도 시장에 이미 알려진 굵직한 M&A 건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M&A 관련 기업의 경영진들은 과거 다임러크라이슬러(DaimlerChrysler)가 조직 문화 통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너지 창출에 실패한 것을 교훈 삼아 그 어떤 요인 못지 않게 조직 문화 통합 작업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변화 트렌드 : 복지 수준의 선진화 요구 증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소득 수준에 비해 우리의 복지 수준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사회 보장 지출 규모’는 10.95%로 OECD 평균(23.7%)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멕시코(7.6%)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다만,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주목할 만 하다. ‘사회 보장 지출 규모’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0.8%로 OECD 국가 중 최상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민 복지 관련 지출 증가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직원 복지를 위한 관련 지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KOSPI 100대 기업 중 90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는 2001년 약 420만원에서 2009년 약 720만원으로 연평균 7.3%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그림 7> 참조). 국민 소득 수준이 선진국에 다가갈수록 복지 수준 향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요구는 증가하고 있다. 기업 측면에서도 매출 등 외형 확대에 따라 직원들의 처우 및 복리후생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인재 경영 포인트 6 : 기업 경쟁력 제고 관점에서의 보상(Total Reward) 점검 얼마 전, 인터넷 채용 업체 잡코리아가 직장인 763명을 대상으로 ‘만족스러운 직업·직장의 필수 조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40.8%)’이 1순위로 꼽혔다. 그 다음으로는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는 근무조건’(25.3%),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 여부’(19.4%) 등이 있었다. 직장 생활에 있어 처우나 복리후생은 직원들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기업의 성과가 높아질수록 일종의 ‘노력에 대한 대가’로 직원들의 이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규모나 브랜드 측면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선진 기업 수준의 처우나 복리후생을 기대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그러나,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무작정 자원의 투입 양을 늘릴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건비, 복리후생비의 증가가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 기업의 이윤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직원에 대한 처우나 복리후생을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들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서 성과에 연계한 보상 시스템 구축,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복리후생 체계 마련 등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구성원 만족을 넘어 ‘일하기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여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고 유지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도 있다. 미국 구직자들에게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손꼽히는 구글이나 SAS 등을 보자. 이들 회사는 구성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육아 및 의료 시설 등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갖추고, 대학의 캠퍼스와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사업의 이윤과 더불어 구성원의 만족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SAS의 CEO인 짐 굿나잇(Jim Goodnight)은 “직원들의 처우나 복지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구성원의 충성도와 비즈니스 성공이라는 보상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인재 경영 준비가 기업의 10년 미래를 좌우할 수도 금융 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행보에 세계 기업의 관심이 커졌다. 한국 기업은 외국 기업들에 비해 금융 위기의 타격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고, IMF와 카드 사태 등의 위기를 미리 경험하면서 ‘위기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 기업들이 주저할 때 한 박자 빠르게 투자를 결정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인 것들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업 측면에서의 이런 발 빠른 움직임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인사(人事)’측면에서의 선제 대응 노력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사 부서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이슈를 선점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뿐만 아니라 경영자와 일선 리더들도 기업 내외부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끝> ............조범상*LG경제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