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敵은 전략… 잡다한 목표부터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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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7-31 10:44 조회1,108회 댓글0건본문
전략의 敵은 전략… 잡다한 목표부터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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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전략-나쁜 전략...........................
DBR 그래픽
기업 경영에서 전략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개념도 드물다.
전략 개념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전략에 대한 인기만큼이나 실제 현업에서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소위 ‘나쁜 전략(bad strategy)’은 전략에 대한 경영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낳은 총체적인 부실을 대변하는 개념이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루멜트 교수는 2011년 출간한 저서 ‘전략의 적은 전략이다(원제: Good Strategy Bad Strategy)’에서 좋은 전략을 세우려면 무엇보다 나쁜 전략을 인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나쁜 전략의 속성과 원인..............................
첫째, ‘초일류 기업’으로 대표되는 미사여구가 나쁜 전략의 대표적인 속성이다.
실질적인 내용이 없는 전략일수록 추상적이거나 근사한 용어들을 늘어놓고 고차원적인 사고의 결과물인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발표하는 전략에 ‘초일류’ ‘세계 최고’ ‘글로벌’ 등의 용어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실제 이를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복안을 제대로 표현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부 기업의 핵심전략이 그럴듯한 미사여구 나열에 그친 이유는 사명, 비전, 가치 등 정해진 틀에 빈칸을 채우는 식으로 전략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틀에 박힌 전략 수립은 실질적인 전략을 만들려는 노력을 피상적인 문구로 변질시켜 아무런 효과가 없는 나쁜 전략을 양산하게 된다.
둘째, 나쁜 전략은 잡다한 목표와 허황된 목표에 자원과 노력을 분산시킨다.
단순히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전략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목표와 전략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대담하고 높은 목표를 설정하거나 장밋빛 희망사항을 비전에 담으면 마치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착각한다. 방대한 목록이나 희망사항이 전략으로 둔갑한 가장 큰 이유는 경영자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어려운 작업들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리더가 상충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내리지 않으려고 할 때 방대한 목록들이 만들어진다. 전략은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들을 검토하고 선택해야 하며 선택된 대안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하자는 주장은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주장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셋째, 나쁜 전략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오히려 회피한다.
한때 미국을 대표했던 초일류 기업이었던 코닥은 1990년대 말 디지털카메라 붐이 확산되면서 침체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닥은 당장 필름 매출이 감소하는데도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필름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수치들을 믿었다. 코닥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던 위기를 왜 감지하지 못했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공식화된 계획 시스템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간과한 게 큰 패인이다.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경영자들은 점점 더 현장에서 멀어지고 현장을 잘 모르는 기획 스태프가 사업계획을 주도하면서 마치 스태프가 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 좋은 전략의 조건......................
좋은 전략은 냉철한 진단에 바탕을 둬야 한다. 전략 수립의 첫걸음은 도대체 우리 사업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단지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 통찰력 있는 분석은 상황에 대한 시각을 전환시켜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1993년 IBM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루 거스너는 기술의 발전으로 달라진 비즈니스 환경을 분석한 후 결단을 내렸다. 당시 IBM 내부의 지배적 시각은 사업 부문을 분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거스너는 하드웨어 플랫폼이 아닌 고객 솔루션에 초점을 맞춰 통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IBM의 핵심 활동은 시스템 엔지니어링에서 IT 컨설팅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됐다.
냉철한 진단이 이뤄지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루멜트 교수는 이를 ‘추진방침’이라고 명명했다. 좋은 추진방침은 경쟁우위의 원천을 창출하거나 활용해 진단으로 드러난 장애요인들을 극복한다. 추진방침은 조직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행동지침을 제공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에서 나침반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또 좋은 전략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제시할 뿐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도 내놓아야 한다. 모든 행동을 나열할 필요는 없지만 전략적 개념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일관성 있는 행동들을 제시해야 한다. 흔히 구체적인 행동계획은 전략의 세부사항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전략의 본질이자 핵심이다.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들을 정의하지 않은 전략은 중요한 요소를 빠뜨린 것이다.
최근 들어 다양한 교육을 통해 전략에 관한 지식이나 기법들이 널리 확산되면서 자신을 전략의 전문가로 과신하는 경영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직관, 때로는 시행착오를 통해 성과를 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곧 전략이고 성공 방정식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코닥, 소니, 노키아 등 수많은 실패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의 성공은 결코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제대로 전략을 수립하려면 확고한 사실에 기반을 두는 자세가 중요하다. 산업 추세에 대한 통찰을 얻고, 경쟁자의 행동과 반응을 예측하며, 고유한 역량과 자원을 파악하려면, 본능이나 직관이 아니라 심사숙고에 기대야 한다. 좋은 전략은 대개 깊은 생각을 통해 만들어진다.
※ 이 기사의 전문은 DBR 110호에 실려 있습니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정리=신수정 기자/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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