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아닌 경험 파는 마케팅 툴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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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04-11 16:07 조회1,127회 댓글0건본문
1908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문구점 상인과 은행가, 기술자 등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작은 만년필 공장을 세웠다. 1910년 몽블랑으로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현재 전 세계에서 최고급 만년필의 대명사가 됐다. 누구나 회사를 만들면 창업이념으로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를 내건다. 몽블랑 역시 장인(匠人)정신에서 빚어진 최고급 제품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지금 몽블랑이 파는 것은 몽블랑 브랜드의 만년필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 반드시 손에 쥐고 서명해야 한다는 인식과 직간접으로 느껴진 경험을 판매하고 있다. 몽블랑도 한때 대중을 위한 중저가 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다 1987년 마케팅의 귀재라는 로버트 플라트 사장이 취임하면서 VIP 혹은 VVIP 마케팅을 펼쳤다.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몽블랑문학상도 단순한 만년필을 문학·예술, 창작의 영역으로 넓혀 가는 데 성공했다.
커피를 팔지 않는 스타벅스, 휴가나 레저사업을 하지 않는 클럽메드, 오토바이를 팔지 않는 할리 데이비슨도 그런 예다. 만년필 커피 오토바이는 디지털의 신경제 하에서 전형적인 올드 비즈니스모델이다. 하지만 인식과 경험이라는 킹핀을 거치면서 제조, 판매의 핀을 쓰러뜨리며 확고부동한 문화 아이콘(icon)으로 정착됐다.
몽블랑·스타벅스·할리데이비슨은 문화를 팔아
코리아인터넷닷컴 대표이며 <예병일의 경제노트>로 잘 알려진 예병일씨는 맥도널드의 비즈니스는 좋은 햄버거를 파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맥도널드가 회사의 중심을 햄버거 사업으로 정했다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햄버거를 만드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더 맛있고 더 비싼 햄버거를 만드는 회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빠르고 싼 햄버거를 파는 회사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제대로 정의하는 경영자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진정한 가치를 찾아 전달하는 데 체계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맥도널드의 경우 그것은 빠른 서비스라는 것이다.
디지털경제와 글로벌 시대로 접어들면서 넓어진 시장 만큼이나 소비자들의 기호도 다양해졌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고객 유치 전략이나 단기적인 이익극대화와 같은 접근방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객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고객 유치 전략으로 마케팅 철학이 전환되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CEO들은 항상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는 무엇인가?”“누가 고객인가?” “고객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앞서의 예처럼 비즈니스를 제대로 정의해야 만이 고객이 원하는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는 스타벅스 할리 데이비슨 등은 경험을 팔아 성공했다고 보고 “앞으로 기업의 부가가치는 경험의 질(Quality of Experience)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객주도형 마케팅 시대…고객흡인력이 킹핀
실제로 최근 마케팅 영역에서는 감각이 체험되고, 경험으로 남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로 마케팅의 킹핀으로써 고객의 경험, 체험, 인식을 떠나 이제는 고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마케팅이 부상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콘퍼런스에 참석한 서울대 양석준 박사는 소비자 스스로 지식이 비약적으로 늘면서 기업의 지식 독점구조가 붕괴된 점, 그리고 소비자 간의 연결이 활성화되면서 규모에 따른 협상력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파워가 약화돼 왔다고 본다.
그는 디지털 인프라가 보편화될 경우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는 과거의 일대다(혹은 비연결적 일대일)에서 언제든지 디지털 커뮤니티화 될 수 있는 참여하는 고객과 기업의 관계로 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언제든지 서로 연결되어 집단화 될 수 있는 고객 자신의 힘을 활용하기 시작, 점차 마케팅의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이지 않지만 점차 주도권을 가지게 될 고객의 욕망과 잠재된 시장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가. 《블랙홀 창조전략》의 공저자인 권민 컨설턴트(모라비안바젤컨설팅)은 블랙홀 이론을 통하여 이런 신 시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기존 시장을 와해시켜 버리는 새로운 시장을 블랙홀 시장이라고 봤다.
의류업체 EXR코리아는 캐주얼과 스포츠웨어의 개념을 합친 캐포츠(Caports)를 들고 나와 동종업계가 매출이 반 토막 날 때 3년 만에 1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블랙홀이었다. 그 조건은 “2 개 이상의 시장에서 수요를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진정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수익성” 등이다.
권민 컨설턴트는 “현대의 경영환경에서 적절한 비즈니스 전략은 내부 경영혁신을 통한 전략보다 - 경영혁신의 효과를 과소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시장 창조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pert Tip
소비자의 니즈가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의 시장에서 경영혁신 효과를 기다리기에는 답답하다. 이제 어떤 소비자도 그 브랜드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로지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전략만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
- 권 민 모라비안바젤컨설팅 컨설턴트 -
이경호 기자(stanlee@ermedia.net)
Case Study③ 현대백화점 단골 아니면 고객 아니다… 타깃 마케팅으로 고급백화점 우뚝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이맘 때 남편의 나이가 부인보다 여덟 살 이상 많은 부부들에게만 여성 의류 행사 전단지를 보냈다. 나이 차이가 많은 부부들의 여성 의류 소비가 다른 계층보다 30~40% 높다는 자체 조사에 따른 것이다. 이 백화점은 또 지난해 아내가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연상연하’커플에게는 남성용 화장품이나 의류 전단을 발송하고 있다. 연상의 부인을 둔 부부의 남성의류 구입 비중이 일반 소비자(9%)보다 높은 11.5%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또 특정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찾는 시간대를 분석, 시간대별로 각각 다른 행사를 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오전 시간에 상품 구입이 많았다는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주로 어린이 의류 행사는 오전 10시 30분에 집중해 여는 식이다. 이처럼 현대백화점은 불특정 고객이 아닌 자사의 매장에서 물건을 산 구매경험이 있는 단골고객을 중심으로 타깃 마케팅을 펼쳐 고급백화점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김대현 판매촉진팀장은 “고객들의 소비 성향을 분석한 뒤 해당 소비자가 많이 찾을 만한 상품 전단지를 집중적으로 발송하면 무차별 마케팅보다 실제 구매 효과가 두배 이상 크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이처럼 단골 고객들을 중심으로 한 타깃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지난 2000년 백화점업계에서 가장 먼저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이다. 2년여에 걸친 준비작업 끝에 구축된 현대백화점의 CRM 시스템은 단 한 번이라도 물건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라면 구매 배경이나 내역에 따라 적절한 마케팅을 적용, 보다 효율적으로 고객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이 같은 CRM 시스템을 바탕으로 현대백화점은 우량고객에게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 장미 꽃바구니를 선물로 보내는가 하면 열차여행을 보내주고 오케스트라 공연 초대권을 보내는 등의 타깃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20%의 우량고객이 매출액 80%를 좌우한다’는 ‘20 대 80원칙’에 따라 불특정 다수에 대한 마케팅보다 고정고객 위주의 ‘1대1 마케팅’이 바로 현대백화점이 치열한 유통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고 ‘킹핀’인 셈이다. 이형구 기자(lhg0544@ermedia.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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