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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50인이 말하는 리더십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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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04-11 16:41 조회1,7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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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50인이 말하는 리더십의 조건

WRITING BY 손용석, 백우진, 이주현(월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08/07/27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 키워드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CEO들은 과연 어떤 리더를 닮고 싶어 할까. 그리고 그들이 경계하는 리더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월간 시사지 <포브스코리아>가 국내 CEO 50명을 대상으로 리더십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대상 CEO들은 대기업부터 벤처기업까지 전문 경영인들을 주축으로 리더십에 관해 평소 남다른 소신을 가진 인물로 구성했다. 그 결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최고의 리더십을 가진 국내 CEO로 꼽혔고, 역사 속 인물 중에는 이순신 장군이 가장 이상적인 리더로 선정됐다.

이번 설문에 참가한 사람은 김쌍수 LG 부회장을 비롯해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 김재우 아주산업 부회장,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이희상 한국동아제분 회장, 최휘영 NHN 사장,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 홍석주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 대표급 CEO 50명이다.

이들 중 절반이 넘는 26명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국내 최고의 CEO로 꼽았다. 이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모두 바꾸라”며 던졌던 ‘신경영’부터 최근 두바이에서 내놓은 ‘창조 경영’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영의 패러다임을 압축적으로 제시해왔다. 2위에는 7명의 지지를 받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올랐다. 생활 위생용품업체인 유한킴벌리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기업의 사회 책임을 유달리 강조해온 문국현 사장은 남다른 리더십을 보여 최근 대선 후보로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3위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지했다. 그는 최근 조선 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경쟁력이 기술 축적과 근면성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은 우수한 두뇌, 창의력, 스피드”라며 ‘창조적 리더십’을 설파해 화제가 됐다. 구본무 LG 회장이 4표를 받으며 그 뒤를 이었다. ‘인화’를 강조해온 그는 최근 ‘일등 LG’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면서 기업 문화 혁신을 주도했다. 이 밖에 박용성 전 두산 회장,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 윤석금 웅진 회장 등도 2표씩 받았다.

스카우트하고 싶은 외국 리더는 무하마드 두바이 국왕

해외에서 영입하고 싶은 CEO는 셰이크 무하마드 두바이 국왕과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 회장, 잭 웰치 GE 전 회장이 나란히 10표를 받으며 공동 1위에 올랐다. 무하마드 국왕의 리더십은 최근 이건희 회장의 두바이 방문 이후 국내 CEO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무하마드 국왕은 지난 1996년 석유 고갈에 대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사막 두바이를 신천지로 바꿔놓았다. 뜨거운 사막 두바이엔 현재 스키장이 들어섰고, 여의도 10배 규모의 인공 섬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무하마드 국왕의 포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두바이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내가 계획한 것의 10%에 불과하다”고 장담했다.

스티브 잡스는 한때 독선적인 리더십으로 자신이 고용한 전문 경영인에게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를 세운 후 <토이 스토리>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는 경영이 어려워진 애플에서 CEO로 복귀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시 돌아가 i포드(i Pod)를 내놓으며 애플을 부활시켰다. 그는 과거의 독선적인 CEO의 이미지 대신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미국의 한 정치 외교 전문지로부터 “스티브 잡스를 본받아야 한다”는 충고를 받았을 정도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냉혹한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직원을 동료로 대우하고 도움을 주는 ‘코치형 경영인’의 모습도 숨어 있다. 마쓰시타 창업주인 마쓰시타 고노스케 전 회장이 4위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 5위를 차지했다.

 

역사 속 최고의 리더는 이순신, 최악의 리더는 히틀러

‘한국을 빛낸 리더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역시 이건희 회장이 20표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최근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한 반기문 유엔 총장이 14표를 받으며 2위를 차지했으며,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이 3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7표를 획득하며 4위에 올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몽준 국회의원, 안철수 의장, 문국현 사장 등도 표를 획득했다. ‘최고의 리더십을 가진 역사 속 인물’엔 50명 중 13명이 이순신 장군을 꼽았고, 칭기즈칸이 7표를 받으며 그 뒤를 이었다. 개방형 리더십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세종대왕은 4위에 올랐다. 링컨 전 미국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주몽, 김구 선생 등의 순이었다. ‘최악의 리더십을 가진 역사 속 인물’이란 불명예는 히틀러가 차지했다. 답변자 50명 중 16명이 그를 뽑았다. 김일성 전 주석과 매국노 이완용이 각각 5표씩 받으며 2위를 차지했다. 비운의 황제 고종이 4표를 받으며 4위에 올랐고 네로 황제, 이승만 전 대통령, 연산군, 후세인 등도 포함됐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효과적인 수단은 커뮤니케이션

CEO들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비전 제시’를 꼽았는데, 전체 응답자 중 22명이 대답했다. ‘통찰력’이 7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으며, ‘솔선수범’과 ‘실행력’은 5표씩 받으며 공동 3위에 올랐다. ‘상호 신뢰’, ‘언행 일치’, ‘자기 관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리더십에서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으로는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독단과 독선’을 지목했다. 그다음으로 ‘사리사욕(12표)’, ‘언행 불일치(8표)’, ‘고정관념(5표)’, ‘파벌주의(2표)’ 등을 꼽았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이 19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솔선수범’은 14표를 받으며 효과적인 수단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임파워먼트(7표)’, ‘인격(5표)’, ‘코칭(2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국내 CEO들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까. 이번 설문에 응한 CEO들은 자신의 리더십 점수로 평균 79점을 매겼다. 가장 높은 점수는 97점이었고, 최하 점수는 50점이었다.

압축된 화두와 발상 전화의 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지난해 10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던진 화두 ‘창조 경영’은 지구상에 없는 물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겠다는 이 회장의 새로운 도전에 다름 아니다. 3~4년 전부터 학자들의 논문에는 ‘창조적 지식 경영’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었다. 이 회장은 이 용어를 네 글자로 줄여 ‘창조 경영’이라는 말로 압축시켰다. 이 말은 ‘없는 것을 만들자’는 뉘앙스가 강해 학자들의 용어보다 더 이해하기 쉽다. 개념이 명쾌해야 직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Simple is best’는 비단 기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이 회장은 복잡다단한 경영의 개념을 한마디로 명쾌하게 제시하는 능력을 가진 경영인이다. 2000년 글로벌 경영, 1998년 비상 경영, 1995년 준비 경영, 1993년 신경영 등은 경영의 패러다임을 압축적으로 제시한 말들이다. 어휘는 압축됐으나 그 의미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최고의 리더십을 가진 경영자로 뽑힌 이 회장의 리더십 본질은 바로 이런 압축과 절제가 담긴 경영 화두의 제시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삼성생명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생명 사장에게 보험업은 무엇이 좌지우지하느냐고 물었다. 담당 사장이 우물쭈물하자 이 회장은 “보험업은 보험모집인이 전부”라고 명쾌하게 결론을 내렸다. 이 회장은 호텔업도 서비스업이 아니라 부동산업이라고 개념을 정의했다. 이것이 이 회장이 말하는 ‘업의 개념’이다.

그는 사업의 핵심 개념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사람이다. 얼마 전 화두가 된 “도쿄의 까마귀 수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 또한 그가 던진, 그러나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 중 하나였다. 도쿄의 까마귀 수는 어찌 보면 하느님만이 알 수 있는 답이다. 마치 선문답처럼 보이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뜻밖에도 있었다. 도쿄의 까마귀 수는 1만7천9백 마리였던 것이다. 도쿄의 까마귀 수를 파악한 것은 도쿄도 당국이었다. 이 회장은 까마귀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도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정보를 획득해내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오늘날 이건희 회장이 도전하고 있는 것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미래다.

끝없이 꿈구고 실현하는 리더, 무하마드 두바이 국왕

리더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

이라는 말이 있다. 비전 설정에 있어서 셰

이크 무하마드를 따라갈 리더가 또 있을까.

CEO들이 최고의 해외 리더 자리에 셰이크

무하마드 두바이 국왕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준 것은 그래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

다. 무하마드 국왕은 두바이를 금융·산업·관

광 허브로 육성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그리

고 이 비전을 창의적으로 구체화한 뒤 과감

하고 신속하게 추진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가능은 없다”고 역설한다. 열사의 사막에 만든 골프장과 실내 스키장, 호화 별장과 쇼핑센터가 들어선 거대한 인공 섬, 세계 최고급 호텔 부르지 알 아랍, 세계 최고 빌딩 부르지 두바이…. 두바이를 상징하는 기발한 상상력인 이들 프로젝트가 무하마드 국왕의 지휘 아래 추진됐다. 야자수 모양의 인공 섬을 만들어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그가 직접 낸 것이다.

또한 그는 두바이를 금융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국제금융센터를 짓고 금융 규제를 거의 철폐했다. 무하마드 국왕이 추진한 일련의 비전은 선왕들로부터 계승해 발전시킨 것이다. 비전의 ‘첫 버전’은 약 50년 전에 마련됐다. 부친 고(故) 셰이크 라시드는 1958년 왕위에 오르면서 중동 최고의 항구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공사를 진행하던 1966년에 두바이에서 석유가 나오는 행운이 터졌다. 셰이크 라시드는 든든한 자금을 바탕으로 1972년 중동 최대 규모의 항만을 완공했다. 그리고 석유로 버는 돈으로 두바이를 물류·산업·관광 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선왕 서거 후 1990년에 왕위를 이어받은 장남 셰이크 막툼은 두바이에 국제공항을 건설했다. 삼남 셰이크 무하마드는 1985년에 에미레이트 항공을 세우는 등 젊은 시절부터 활발하게 국정에 참여했다. 2006년에 왕위에 오른 후, 오일 머니가 뒷받침된 그의 비전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추진됐다.

< 유형별로 본 해외 CEO들의 리더십 >

CEO의 리더십에는 저마다 다른 색깔이 있다.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CEO에겐 ‘나만의 리더십’이 필요한 까닭이다. 호랑이 같은 ‘제왕형’ 리더가 성공할 수도 있고, 직원에게 관대한 ‘자유분방형’ 리더가 성공할 수도 있다. 해외 CEO들의 리더십을 유형별로 분석한다.

시시콜콜 ‘간섭형’

인디텍스(INDITEX)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

“단춧구멍 지름을 늘리면 활동하기가 훨씬 편해질 거야. 색감을 다시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고….” 주위 사람들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요구에 정신을 못 차린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런 지적에 익숙하다. 단추 위치, 마무리 박음질, 포장 상태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구체적이면서 자신의 경험을 곁들인 그의 지적에 반대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그의 의견이 대부분 옳았기 때문이다. 인디텍스의 인재상은 ‘실무형’이다. 당연히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 71세) 회장은 실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인디텍스의 디자이너실과 의류 생산실은 조명의 채도를 매장 쇼윈도와 같게 했다. 고객이 처음 만나는 옷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오르테가 회장이 1963년 맨손으로 의류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고수해온 그만의 경영 방식이다. 오르테가 회장은 중학교 졸업장밖에 없다. 평범한 외모에 카리스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포브스스페인>의 소니아 프랑코 프렌다스(Sonia Franco Prendas) 편집장은 “직원들이 그를 존경하는 것은 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면서 “그는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과 어떻게 해야 신명 나게 일하는지 등을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CEO로 성공하려면 지방색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호랑이 같은 ‘제왕형’

화웨이 테크놀로지스 런정페이 회장

“왜 자네는 유행가만 부르지? 요즘 사람들도 혁명가를 부를 줄 알아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데 말이야.” 화웨이 테크놀로지스의 런정페이(任正非, 63세) 회장이 복도에서 최신 가요를 흥얼거리던 직원에게 던진 말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홍콩에서 자본을 마련해 1988년 중국 제1의 통신업체 화웨이를 설립했다. 설립 15년 만에 화웨이는 젊은 중국인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 중 한 곳이 됐다. 공산당 간부 출신인 그는 제왕형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일례로 직원에게 혁명가와 군가를 같이 불러 팀워크를 쌓도록 한다. 런정페이는 또 조직에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이따금 외부 인재를 등용한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화웨이 직원들은 그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과 벌’을 확실히 구별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그를 존경하고 따른다. 그는 밀어줄 만한 사람은 끝까지 밀어주고 내쳐야 할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친다. 화웨이 직원은 경쟁 업체 사람들이 인정하는 일벌레다. 회장을 의식하고 업무에 매진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런 일벌레 기질이 결국 회사와 본인 모두를 성공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천사형’

파이저제약(Pfizer Inc) 행크 맨킨넬 전 회장

"신약 개발은 원래 힘든 일입니다. 그래도 직원들이 지치지 않게 제대로 보상을 해주세요.” 파이저제약의 행크 매킨넬(Hank Mckinnell, 64세) 전 회장이 재임 당시 한 회의에서 한 말이다. 파이저가 최대 전성기를 누리게 된 비아그라의 효과가 식을 무렵이었다. 자연스레 신약 개발의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매킨넬 전 회장의 퍼주기식 포상은 다른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높은 연봉에 성과급도 많았다. 세계 제1위 제약회사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세미나와 워크숍 같은 행사도 끊임없이 열었다. 매킨넬 전 회장은 사회 공헌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 2005년 동남아를 강타한 지진 해일 참사 당시엔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성금을 냈다. 사상자와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의료품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이런 천사형 리더십은 경영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지난 7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합리적인 ‘원칙형’

오라스콘 텔레콤(ORASCOM Telecom) 나깁 사위리스 회장

2006년 10월 24일 20억 이슬람교도들의 연례행사인 라마단이 끝나고 ‘이둘 피트르’라 불리는 축제가 시작됐다. 금식을 무사히 완수한 것에 대해 알라신에게 감사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자축의 자리다. 이날 이집트의 거대 통신기업 오라스콤 텔레콤 직원들은 각별히 기쁜 마음으로 축제를 즐겼다. 회사에서 특별 보너스가 지급됐기 때문이다. 오라스콤 텔레콤의 나깁 사위리스(Naguib Sawiris, 52세) 회장은 합리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자신은 기독교 신자지만 직원들이 라마단에 참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직원 중에는 기독교 신자도 있고 종교가 없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는 성탄절을 전후해 연말 보너스를 준다. 형평성을 고려한 보너스 정책이다. 오라스콤은 이집트 사람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 중 하나다. 사위리스 회장은 원칙론자로 <아라비에스 트렌즈>의 인터뷰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이 아랍계 기업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리더십에 대해 직원들도 자부심을 가진다. 중동 최고의 기업을 넘어 세계 최고의 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은 이 회사의 무형 자산이다. 사위리스 회장은 통신에서 건설·서비스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런 확장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작 오라스콤 직원들은 개의치 않는다. 사위리스는 모험을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들이 외부의 뜬소문에 휩쓸리지 않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이유다.

< 이 시대 리더십의 키워드는 ‘혁신과 변혁’ >

세계는 지금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시대적 경영 환경 속에서 좋은 리더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우선 자신의 그릇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짐이 무거울수록 단련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옳지만, 좁은 어깨에 너무 큰 짐을 지고 가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나 조직을 위해서나 장기적으로 좋은 일이 아니다.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무능이 리더십의 치명적 약점이라는 것이다.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 너무 높은 곳에 오르면 무능해지게 마련이다. 둘째는 먼저 심길 줄 알아야 한다.

리더십의 출발점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지 못하면 그들이 당신의 성공을 돕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먼저 섬기지 못하는 리더는 충성을 얻어낼 수 없다. 이것이 신뢰다. 셋째는 사람을 얻으면 그들과 더불어 변혁을 꿈꾸고 실천해야 한다. 외부 세계의 변화무쌍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끝없이 변화를 통제하기보다는 변화를 수용하고 즐기지 않고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외부 변화의 수용은 결국 조직의 패러다임과 구조를 바꾸어내기 때문이다. 결국 리더란 ‘나'로 시작해 ‘우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의 책임을 저버리지 않으며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것은 고귀한 일이다.” 변혁의 시대, 변화의 리더에게 주고 싶은 한마디다. WIRITING BY 구본형(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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