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 김연아 선수는 경쾌한 007 시리즈 주제곡에 맞춰 조준하는 동작 등 좌중을 압도하는 기술과 연기를 선보이면서 세계신기록과 함께 그랑프리 대회 6회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달성함으로써 전 세계인이 김연아 선수를 주목하고 있다.
2008년 10일 벌어진 북경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준결승전, 쏟아지는 폭우와 번개 속에서 상대 프랑스를 213대 184로 꺾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고, 8강전에서 24발 231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이탈리아를 꺾었을 때는 경기장에서 일제히 탄성이 울렸다. 명실공히 한국의 여성 양궁선수들이 세계의 양궁계를 리드하고 있다. 여풍이 불어닥치는 영역은 스포츠 외에도 다양하다. 사법시험 합격률은 38%, 행정고시 합격률은 51.2%, 특히나 외무고시 합격률은 65%를 넘어섰고, 여성의 의사면허취득률은 33.5%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업 내 여성 관리자 및 임원의 비율은 낮은 편이다. 1천명 이상의 중견 및 대기업의 경우 여성 관리자직의 비율은 약 11%, 여성임원의 비율은 약 3.5%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에게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되어지는 외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최근에 들어서야 하버드 대학의 첫 여성총장 드류 파우스트, 독일의 첫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 등의 여성리더들이 탄생했고, 아직까지 'Glass Ceiling Committee'가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리더십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과연 우리는 어떤 측면에서 여성의 리더십을 바라보아야 할까? 여성이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시각은 왜곡이나 편견을 뛰어넘어 억지추측의 결과라고 생각되어 진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남성에 비해 훨씬 늦은 최근부터 시작된 일이며, 따라서 여성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짧은 시간 내에 여성들 전반의 리더십 능력을 가늠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막 수영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어린 시절의 박태환 선수를 보고 수영 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정지어 이야기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은 이제서야 비로소 진정 자신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과 기회를 얻고 있기 시작했다. 오랜 역사 동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던 그 리더십 말이다. 한국에서 여성이 본격적으로 기업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삼성그룹이 500명 여성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이다. 필자도 이 세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이 상황을 공감하고 있다. 이들이 1997년 IMF 시기에 남성들에 비해 더 심한 구조조정의 홍역을 한 차례 겪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고비를 넘긴 여성인력들이 이제 기업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간관리자층이 되어 있다. 이제 이들이 관리자로서 성장하고 리더가 되기 위해서 주변을 돌아보지만, 그들의 역할모델이 되어줄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다행히도 역할모델로 삼고 싶은 위치의 여성 상사가 있더라도, 이들은 남성 위주의 사회와 기업풍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남성적 리더십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활발한 여성인력의 사회진출을 볼 때 이러한 남성적 리더십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은 더이상 현대의 상황에 맞지 않는 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리더로 성장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있는 여성리더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현실상황을 살펴보자. 디지털이 세계를 지배하고, 강력함보다는 유연성을, 획일성보다는 다양성, 부드러움, 섬세함, 감성,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경쟁력의 원천이 바뀌었다. 강력한 힘, 대량생산, 획일성이 있으면 성공과 성장이 보장되었던 시대를 지나, 유연성, 창의성, 투명성, 감성 등이 중요시되고 있다. 최근 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적 사고, 창조경영은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인정하며, 조화를 이루고, 포용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능력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되는 특성들이다. 이처럼 여성들이 한 발짝 더 높게 혹은 더 넓게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와 있다. 그렇다면 여성 관리자들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혼란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의 인원 비율이나, 여성 관리자 숫자에 있어서는 해마다 의미있는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신입사원이나 주니어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무능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인식, 네트워킹이 필요하지만 매달릴 수 없는 현실 등 여성 관리자들에게는 많은 챌린지 요소들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관리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이제까지 만나본 300여명의 여성 중간관리자들의 업무능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많은 수의 여성관리자들이 자신감을 갖는 것에는 주저하고 있었다. 360도 다면평가 결과를 보더라도 여성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남성에 비해 낮게 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자신감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주며, 긍정적인 열정으로 가득 차게 해준다.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고, 역경을 이겨낼 수 있도록 에너지를 가져다 준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하고 싶다며 운동장에서 쓰러져도 좋으니 축구만 하게 해 달라고 했던, 축구선수로는 치명적인 평발을 가지고 태어난 박지성은 신체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축구리그에서 그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데, 그 원천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미래경영요소 중 중요한 코드로 떠오른 네트워킹, 이 또한 여성관리자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많은 여성관리자들은 네크워킹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위해서 투자하고 있는지는 자문해야 한다. 내부이든 외부이든 네트워킹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네트워킹을 통해서 조직 내외부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 또한 리더의 조건이다. 먼저 다가서라고 말하고 싶다. 인사도 먼저 하고, 악수도 먼저 청하라. 처음엔 쑥스러울 수도 있지만, 처음엔 다 그런 감정을 느끼지만, 익숙해지면 또 하나의 기쁨이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이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이들과의 컨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라. 명함을 정리하고, 만났었던 날짜, 장소나 사람의 특징 등을 적어두어도 좋고,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해도 좋다. 또한 이들이 도움을 요청하든 그렇지 않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아무런 조건없이 아낌없이 주어라. 당신의 진심을 보여주면 그들은 어느덧 당신의 친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들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라. 서로가 부담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관계가 된다면 이미 가까워진 것이다. 사적인 친밀감을 공적인 네트워크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다양하다. 소프트함, 유연성, 감수성 등도 물론이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윤리성, 투명성, 진정성이다. 여성리더들을 보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올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않으려고 하고, 회사의 돈도 자신의 돈처럼 생각하고 아끼고, 모든 일을 팀원들도 모두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처리하고, 다른 측면이 아닌 능력과 업무로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남성리더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특성 자체가 이러한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윤리경영이 강조되고, 글로벌화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특징은 강점으로 발휘될 수 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 여성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보자. 이제서야 비로소 여성들이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주변 환경이나 시스템의 변화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여성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보여주고 바꾸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이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 후배들에게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의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자. 여성리더들이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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