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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숨은 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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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04-07 14:23 조회1,5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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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5511
 

<숨은 강자들>(Hidden Champions) 헤르만 지몬 지음. 김찬수 옮김. 세종서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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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중소기업 담당이었다. 산업연수생을 포함한 인력문제, 벤처 10년, 고철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폭동, 납품단가 갈등, 글로벌소싱 추세에 맞춘 부품산업 활성화방안, 환율폭등과 키코(환 헤지 파생금융상품) 사태 등등의 문제에 대해 적지 않은 기사를 썼다. 늘어놓고 보니 소재들이 거창해 보인다. 그런데 기사들의 주제는 사실상 매번 한가지였는데 ‘중소기업은 지금 위기’라는 것이었다. 중소기업 분야를 맡은 지 얼마 안 돼 산업연구원의 양현봉 박사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양 박사는 푸념하는 나를 이렇게 위로했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내가 학위를 준비하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왜 한국의 중소기업은 늘 위기일까? 왜 한국의 중소기업은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까? 몇몇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 하지만,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대표적인 한국경제의 약한 고리로 꼽힌다. 우리 정부에게 ‘좀비 중소기업들’을 줄이라고 충고한 외국인 경제전문가의 이름은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일까. 기자시절 해외출장의 호사를 누리며 이탈리아의 가구공장이나 미국 위스콘신 주의 중소·중견기업을 방문하면서, 또 일본의 미라이공업이나 독일 자동차부품업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귀동냥하면서 늘 그들이 부럽고 부러웠다. 우리도 그들처럼 고임금 숙련노동에 기반한 수많은 ‘강소기업’들을 보유할 수 있을까. 찾아보면 방법이 있긴 있을 것이다. 그걸 찾느라 정부가 4대강 강바닥을 다 뒤집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995년 출간돼 2년 뒤 우리나라에 번역된 <숨은 강자들>(김찬수 옮김, 세종서적 펴냄)은 지금은 절판됐다. 하지만 영어 원제를 살린 개정증보판 <히든챔피언>(이미옥 옮김, 흐름출판 펴냄)은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금 쓰는 리뷰는 10여 년 전에 나온 책에 근거했다.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를 소개한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유럽의 피터 드러커’라는 수식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책에 실린 지은이의 서문을 읽어보면, 그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소기업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1988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테오도르 레비트 교수와 ‘독일의 지속적인 수출성과’에 대해 토론하다가, 그 공로가 대기업이 아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중소기업’에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후 독일에서만 500개가 넘는 사례기업군을 찾아냈다. 최신의 미국식 경영기법과 무관하거나 종종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강소기업들의 성공비결을 세상에 알린 까닭에, 그에게 ‘유럽의 피터 드러커’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저자는 어떤 기업들을 두고 ‘히든챔피언’이라고 지칭할까? 히든챔피언은 세간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이다. 그가 책에서 꼽은 히든 챔피언들의 명부에는 고속 담배제조기 회사 하우니, 관상용 물고기 사료업체 테트라, 자동차의 개폐식 지붕과 전차·선박 등의 보조 난방장치를 만드는 베바스토 등이 올라있다. 이들은 약 1,000여개의 시장에서 세계 1등을 달리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 역시 60~80%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단 이들의 제품이 대부분 제조공정에서 사용되거나 완성품의 부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론 대부분의 학자와 애널리스트, 언론이 대기업이나 초대형 기업에만 관심을 기울여 왔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의 500개 히든 챔피언들은 1993년 한해에만 333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고, 20만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경기가 나빠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할 때도 이들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히든챔피언들은 상식의 길을 따르되, 상식을 배반한다.

히든챔피언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대기업으로 규모를 키우는 데는 소극적이다. 얼핏 모순처럼 들리지만, 이런 전략이 먹혀든 것은 시장을 재해석해낸 그들의 능력 때문이다. 이들은 외과의료기기(에스쿨랍), 모형기차(매르클린), 표준 소프트웨어(SAP) 등의 영역에서 시장의 추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시장주도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고집스럽게 밀고나갔다. “우리는 소시장에서 큰 기업이 되고 싶다”는 게 히든 챔피언들의 모토다.

저자는 이들이 시장을 규정하는 방식에 따라 히든 챔피언들을 ‘슈퍼 전문기업’과 ‘시장 소유주’로 나눈다. 자동세척기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2%에 불과하지만 호텔과 레스토랑에만 특화해 20% 가까운 세계시장을 장악한 빈터할터, 훨씬 넓은 알파인 스키시장을 피하고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소시장에 전념한 게르미나 등이 슈퍼 전문기업의 사례들이다. 이에 반해 금속·도기 조각상으로 전 세계 수집가들을 잠 못 들게 하는 훔멜, 테디베어로 유명한 마가레터 슈타이프 등은 후자에 속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분야에 IT기술을 접목하고, 핵심역량과 밀접한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자신들의 전문분야를 오직 한 개(기껏 많아야 두 개) 정도로 특화한다. 이를 위해서 이들은 제품의 혁신, 밀접한 고객관계 등에 사활을 건다.

좁은 전문화를 추구하는 히든챔피언들이 세계화에 적극적인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소도시에서 슈퍼마켓으로 큰 돈을 벌었다면 그 돈을 어디에 재투자하는 게 옳을까. 히든 챔피언들은 같은 도시에서 호텔업을 시작하는 대신, 다른 도시에 가서 슈퍼마켓을 새로 연다. 히든챔피언들의 세계화 전략도 이와 닮은꼴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히든챔피언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돈 버는 시장’과 ‘배우는 시장’을 구분한다는 점이다. 돈 버는 시장에서는 충분히 팔아서 이익을 보고, 배우는 시장에서는 경쟁의 환경, 혁신적인 개발 등을 배운다. 책에서 인터뷰한 독일인 사장들 상당수는 ‘경쟁이 빡세고 남을 게 별로 없는’ 일본시장 진출을 주저하지 않았다.

어떤 지배구조와 경영환경 안에서 히든챔피언이 탄생하는 것일까.

우선 거론되는 것은 경영권의 안정이다. 대부분 가족기업 형태인 히든 챔피언들의 경영자들은 평균 20년 이상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외주를 주지 않고 자체 제작하는 부품의 비율이 평균 57%가 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가전업체 밀레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부품을 토착 노동자들이 자리 잡은 한정된 지역에서 만들고, 질레트의 자회사 브라운은 면도기용 작은 나사까지 자체 제작한다. 이에 대해 헤르만 지몬은 “자사가 쓸 기계를 자체 개발, 제작하는 것은 높은 능력을 가진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일거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목적이 또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히든챔피언 기업에서 일하는 숙련노동자들이 고강도 노동에도 불구하고 잘 이직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이들은 대도시 대신 주로 농촌이나 소도시에 자리 잡고 있는 까닭에 몇 대에 걸쳐 회사를 위해 일해 온 종업원 가족들을 보유하고 있다. 정보기술 혁명 뒤에도 여전히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독일의 직업교육은 히든챔피언들의 국제경쟁력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마지막으로 ‘성과공유’ 제도를 빼놓을 수 없다. 히든챔피언들의 절반 정도는 파이(기업이익)을 나눠먹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종업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클럽 운영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한다.

<숨은 강자들>는 중소기업 경영자를 위한 실전 지침서다. 비록 쇠를 깎고 플라스틱을 뽑아내는 전통제조업 기업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시장을 해석하고 고객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의 방법론은 IT업체가 차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관료화된 조직 습속의 한계를 물리치기 위해 고심하는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거대한 조직을 히든 챔피언들로 분할(예컨대 GE의 항공기 엔진 부문)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게 이 책은 한 고장에 토착해 100년씩 존속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방안에 대한 비법서처럼 보였다. 엔지니어를 키워내는 독일사회의 교육 및 재교육 시스템, 진취적 기업가 정신, 종업원이 최선을 다해 일하게 이끌되 경영실적이라는 과실은 함께 나누는 기업문화 등이 그 비결의 핵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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