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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래를 말하다 - 폴 크루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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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04-13 11:27 조회1,2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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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말하다> 폴 크루그먼 지음. 예상한 외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BOOKS 펴냄.

Krugman

지난해 초, 내가 다니던 신문사 경제부에 ‘목요 경제포럼’이란 게 생겼다. 일간지 기자들은 대개 일주일에 한번쯤 전 부서원이 회사에 복귀해 다음 주에 쓸 기사계획을 보고하는데, 그때 경제학자나 기업인을 초청해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이정우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경북대 교수)이 ‘양극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맡은 것은 아마 두 번째 포럼 때였던 것 같다. 이 교수는 그 무렵엔 아직 한국에서 번역되지 않았던 폴 크루그먼의 새 책 내용을 소개해주면서, 요즘은 미국의 주류 경제학계에도 크루그먼처럼 소득불균형이 ‘경제’가 아닌 ‘정치’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어떤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빈부격차가 커지느냐 줄어드느냐가 근본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포럼이 끝난 뒤 이 교수는 네댓 명의 기자들과 함께 신문사 앞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마셨다. 큰 학자 앞이라고 해도 무식한 놈은 역시 용감한 법이다. 그때 무리 중 가장 연소한 내가 “참여정부가 양극화 해소에 노력한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양극화를 부른 주요원인인 비정규직이 지난 5년간 왜 그렇게 폭발적으로 늘었습니까”라고 이 교수에게 물었다. 선배 중 한명이 내 옆구리를 찔렀다. 하긴 참여정부의 모든 허물을 어찌 이 교수 탓으로 돌릴 수 있겠는가. 어쨌든 당시 참여정부는 ‘실패’했다고 평가받고 있었고, 새 정부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747공약의 실현을 호언장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무렵, 이정우 교수는 왜 크루그먼의 새 책에 그토록 ‘열광’했던 것일까.

<미래를 말하다>는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 대학 교수가 2007년 출판한 <The Conscience of a Liberal>을 번역한 것이다. 직역하면 ‘한 자유주의자(미국이라는 배경을 따지면 그 뜻을 진보주의자로 새겨도 되겠다)의 양심’이 될 텐데, 한 해 전 벌어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조지 W. 부시의 공화당이 몰락하면서 정권교체가 가시화된 시점에 이 책은 출간됐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강조하는 케인스주의자이자 ‘부시의 저격수’로도 유명한 그에겐 의미심장한 시기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당파성’을 부인하지 않는 크루그먼이기에 부시 정부 시절 극점에 이른 미국의 계층 간 소득불균형 문제점을 보여주고, 예견되는 새 민주당 정부에 그에 대한 해법인 이른바 ‘새로운 뉴딜’ 정책을 제안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말하다>를 읽다보면 책날개에 적힌 “폴 크루그먼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 이후로 글을 가장 잘 쓰는 경제학자다”라는 <포천>지의 평가에 수긍이 간다. 논리는 유려하고, 자료 제시는 꼼꼼하며, 문장은 우아해 보인다. 모든 사람에게 개처럼 보이는 것은 개밖에 없듯이, 좋은 책처럼 보이는 것은 좋은 책밖에 없다.

크루그먼의 책 전체를 관통하는 논리구조는 어떻게 보면 단순할 수도 있다. 첫째, 한때 미국은 견고한 중산층을 가진 상당히 평등한 사회였다. 둘째, 1970~80년대 공화당의 보수적 정책의 결과 오늘날 빈부격차는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셋째,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과 같은 새로운 평등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밀도 있는 책의 내용을 전부 옮길 순 없겠지만, 이런 순서로 논리의 줄기를 따라가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크루그먼에 따르면 미국은 원래 빈부 격차가 심하고, 민주 공화 양당의 싸움으로 얼룩진 나라였다. 엄청난 물질주의와 정치부패가 일어난 19세기 후반, 이른바 도금시대(Gilded Age)부터 1920년대 재즈시대(Jazz Age)까지 불평등은 극에 달했고 제대로된 중산층은 형성되지 않았다. 복지제도는 전무했고, 소수의 재벌들이 부를 독점하는 동안, 실직하거나 늙거나 병든 노동자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했다.

그런데 대공황과 세계대전이 닥치면서 기적이 일어난다.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 행정부가 전시 임금통제, 노조활동에 대한 보장, 부유층에 대한 증세에 나서면서 갑작스럽게 전후중산층 사회가 형성됐고, 이런 비교적 평등한 소득분배는 30여년 이상 지속된다. 저자는 이를 ‘대압축’(Great Compression)이라고 부른다. 뷰유층과 노동자 계급의 차이는 급격히 줄었고,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도 줄었다. 경제학 입문과정에서 배운 지식과 달리, 시장의 힘보다는 제도와 규범, 그리고 정치적 환경이 훨씬 중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미국은 어떠한가. 크루그먼은 “지금처럼 전체적인 경제성장과 일반적인 미국 국민의 재산과의 연계가 단절된 것은 현대 미국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한다. 1970년대 말부터 소득불균형은 심화되기 시작했지만, 1980~90년대엔 경제규모의 확장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 2007년 현재 미국 전체의 기업이익은 1929년 이후 최고수준이고 GDP와 고소득층 소득도 마찬가지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35~44살 남성(일반적으로 가장이라고 여겨지는 집단)의 소득은 1973년 대비 89.3%에 불과하다. 거시적인 지표들 때문에 얼핏 보기에 미국인의 평균소득은 크게 올라 보이지만, 이는 빌 게이츠가 어떤 술집에 들어감으로써 그 술집 고객들의 평균적인 소득수준을 크게 올린 것에 빗댈만한 착시현상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1970년대 중반이 되면 미국의 공화당은 상속세 폐지나 사회복지제도 철폐를 주장하는 보수주의 운동(conservative movement) 세력에 의해 장악됐다. 레이건은 임기 초반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에 대한 세율을 대폭 인하했고, 이는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던 고소득층 가구에게만 편중된 혜택을 가져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아예 미국의 사회보장제도 자체를 민영화하려 했던 부시 정부에 이르면 사정은 더 심각해진다. 세금과 사회복지제도의 변화 이외에 크루그먼이 지적하는 또 다른 소득불균형 심화 원인은 노조파괴다. 사태의 진단이 끝나면 해법은 간단할 수도 있다. 크루그먼은 부자들의 세금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라고 제안한다.

사실 <미래를 말하다>에서 가장 매혹적인 대목은 미국 보수주의 운동의 형성과정과 공화당의 변신, 미국인들이 바른 정책을 추구하는 정당을 뽑지 못하도록 만드는 인종주의라는 유령,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군수산업체와 자원개발업체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는 메커니즘과 이에 동참하는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부도덕함 등에 대한 폭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을 모두 소개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힘들거니와, 책의 고갱이를 블로그에 죄다 옮겨버리는 것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할 짓이 못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이정우 교수가 그때 기자들에게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기사를 쓰려면, 공부를 좀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을까. 이 교수는 당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곧 책을 써보려고 한다. 왜 이 지경이 됐는지, 해법은 뭔지 고민하는 게 내 책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책이 기다려진다.

어찌됐건 최근의 뉴스들을 보면 미국의 정치권은 사회보장제도의 확충 같은 크루그먼이 보기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인상이다. 그들이 제2의 ‘대압축’을 이룰 수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그런데 번역자와 출판사는 왜 이 책의 제목을 ‘미래를 말한다’로 고쳐 달았을까. 내 마음대로의 해석은 이렇다.

“끔찍한 소득 불균형이라는 현실은 미국에선 이제 출구가 보이는 터널이지만, 우리에겐 앞길이 구만리 같지 않은가.”

지은이 폴 크루그먼
195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1974년 예일 대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MIT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83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레이건행정부에서 일했다. 예일, 스탠퍼드, MIT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1991년 미국경제학회가 2년마다 40세 이하 소장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노벨경제학상보다 더 받기가 힘들다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John Bates Clark Medal)’을 수상하고, 2002년에는 <에디터&퍼블리셔>지로부터 ‘올해의 칼럼니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과와 외교학과(International Affairs) 교수로 있으면서 <뉴욕 타임스>에 경제학자로서는 최초로 2주일에 한 번씩 고정 칼럼을 기고 중이다. 저서로서 《대폭로》《팝 인터내셔널리즘》《경제학의 향연》《폴 크루그먼의 불황경제학》《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등이 있다.

< 목 차 >
옮긴이의 말선진사회는 구성원들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1장추억
불평등에 대한 새로운 경제학
불평등의 정치학
새로운 뉴딜정책
2장길었던 도금시대
계속된 도금시대의 불평등
금권정치
인민주의의 문제점
보수적 지식인들의 지배
뉴딜정책의 기원
3장대공황시대
중산층 국가의 초상
부자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육체노동자들의 황금기
전시의 임금
평등과 전후의 경기호황
4장복지국가의 정치
급진주의에서 존중의 대상으로
모든 국민에게 부여된 선거할 수 있는 권리
남부의 특별한 역할
노동조합
평등시대의 정당들
5장1960년대: 혼란 속의 번영
민권운동과 남부의 이탈
도시의 소요사태
사회복지관련 지출의 폭증
섹스와 마약, 그리고 로큰롤
베트남
1960년대가 남긴 것
6장보수주의 운동
대중적인 기반 마련하기
경제계에서 기반 구축하기
보수적 지식인 규합하기
닉슨과 대전환
7장심각한 불균형
승자와 패자
숙련된 기술에 대한 수요
제도: 디트로이트 협약의 최후
사회규범과 소득 불균형: 무분별하게 오른 CEO들의 소득
소득 불균형의 이유
8장불평등의 정치
당파성의 회복
급진적으로 변모한 공화당
거대한 음모
보수주의 운동의 성장 요인
9장거대한 착란을 일으키는 무기
우리 마음 속의 캔자스
필라델피아
악의 제국들과 악당들
도덕적 소수
투표권을 거부당한 노동자들
투표를 막아라
착란의 한계
10장새로운 평등의 정치
불평등의 현주소
이라크와 국가안보에 대한 새로운 정치
인종문제가 점점 효력을 잃고 있을까
캔자스에서 발견한 희망
해답을 찾아서
11장필수적인 의료보험제도
미국의 순위는 37위!
의료경제학 입문
천천히 다가오는 위기
의료제도 개혁 최대의 걸림돌
2008년은 1993년과는 다르다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실수들
의료제도 개혁으로 가는 길
의료제도 개혁이 가져올 변화
12장불평등에 맞서기
불평등의 대가
소득 불균형 줄이기: 시장영역 밖에...(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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